조선업의 "해자"와 조선업 본연의 모습
조선업이 요즘 많이 힘듭니다. 한 때 최고였지만 이제는 아무나 다 배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조선업은 의외로 해자가 있는 산업입니다. 신흥국들이 많이 도전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인도지연, 품질결함 등등 온갖 문제를 일으키다가 나가떨어졌습니다.
브라질 EAS社가 자국 조선업을 육성하겠다며 삼성중공업과 기술협력을 맺었다가, 삼성이 포기하고 나갔습니다. 삼성이 떠난 후 일본조선업체들이 기술협력을 했지만 역시나 포기하고 브라질에서 철수했습니다.
EAS社는 유조선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신흥국이라 부르긴 뭣하지만, 일본도 LNG선을 만들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LNG선 4척 + Ro-Ro선 2척을 만들면서 8.4억불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라 하더군요. 예전에 뉴스를 봤는데, 지금 검색을 해보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인도, 러시아 등 거대한 영토와 자국 수요를 갖춘 국가들도 자국 조선소를 통해 조선업 육성을 하고자 하고 있습니다만, 잘 안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코친, 러시아는 즈베즈다 조선소 등등이 있는데 시설이 상당히 낙후되었고 생산capa도 얼마 안되며 효율도 떨어집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같은 일을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시간이 2~3배 이상은 든다고 합니다(인도같은 경우 단가는 훨씬 싸겠죠).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을 갖춘 나라들이 유조선은 제대로 못만드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업성 있는 건조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중국은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탱커,벌커 등 다양한 선종들을 건조할 줄 알고 최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진짜 경쟁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경쟁력은 엉망입니다. 계속 적자 보면서 정부에 기대어 버티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조선업이 이 지경이 된 건 외부의 경쟁자보다는 '비정상적인 슈퍼 호황의 반작용'이 좀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2000년대 초반 약 10년간의 슈퍼호황기, 한국조선소들이 전세계 조선업 1,2,3,4,5,6,7...위를 싹쓸이하던 모습을 보면서 조선업의 그런 모습을 지극히 당연하게 바라보았지만,
사실 조선업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되는 그렇고 그런 산업이었습니다. 해운, 해양플랜트, 에너지도 비슷합니다. 최근의 고유가 시절 덕분에 해양플랜트 하면 뭔가 거대하고 비싸고 돈이 넘쳐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지만, 사실 해양플랜트 산업도 그렇게 럭셔리한 산업은 아니었죠.
지금 조선업은 10년간의 슈퍼 호황 → 과도한 선박건조 → 선복량 및 조선소 생산능력 과잉을 거쳐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좀 더 많은 선박들이 폐선되고, 좀 더 많은 조선소들이 망하고, 살아남은 조선소들도 생산능력을 지금보다는 축소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산업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선박, 아무나 다 만든다고는 하지만 일부 선종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LNG선, LNG-FSRU는 한국 빅3의 주력제품입니다. 중국,일본도 만들 수 있는데 경쟁력이 좀 떨어집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역시 마찬가지인데, LNG선보다는 진입장벽이 약합니다.
극지용 쇄빙셔틀탱커는 우리나라만 만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시장을 노려볼만 합니다.
앞으로 LNG추진선, 벙커링선 등 좀 더 고부가가치선으로 계속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면 계속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회사 사이즈가 좀 줄어들 것 같습니다(시장이 줄어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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